[감사] 또 다른 이별을 맞아

by 이광일 posted Aug 04,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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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8순이시고, 지난 6월29일 병상에서 80회 생신을 맞으셨었지만, 날로 약해져 가시는 장인어른을 바라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였습니다. 아버님은 1950년 625가 터지던 해 입대하셔서 1966년 육군상사로 제대하실때 까지 오직 한 길만을 걸으셨습다. 전역후엔 연금과 약간의 부업을 취미삼아하시면서 사셨습니다. 항상, 모자랄 것 같은데 모자라지 않으셨습다. 그 이유는 간단하였습다. 꾸어줄 지언정 남의 것을 꾸지 않겠다는 삶의 의지와, 가진 것으로 자족할 줄 아는 정말 어려운 깨우침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식탁은 항상 풍성하고, 가족들은 잘 먹고 살았습니다. 왜, 그분이라고 좋은 집에서 살고 싶지 않았겠습니까? 그러나, 그는 좋은 집보다는 편안한 집, 큰 집보다는 부담없는 집을 항상 원하셨습니다. 나가야 되면 나갔고, 또 새로운 집의 사는 맛을 찾아내는데 더 신경을 쓰셨습니다. 그에게는 친척이나 친구중 누구 누구가 부자가 되었건, 자식이 잘 되었거나 하는 등은 전혀 이슈가 되지 못하였습니다. 배가 좀 아파야 할터인데 그런 마음이 진실로 0%도 없으셨습니다. 저는 그렇게 살 지 못할 것입니다. 항상 나도 모르게 욕심투성이가 되어버리기 떄문입니다. 그리곤 항상 세상을 탓하겠지요. 아버님이 마지막으로 남기신 것은 딱 장례를 치룰 수 있는 장례비용이었습니다. 삶이 빈 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고 이야기하지만.....우리는 얼마나 그건 말 뿐이라고 되차면서, 또다시 삶의 깊은 타협속으로 들어갈까요? 이젠 말없이 누우신 장인어른의 입관모습을 보면서, 그분의 삶이야 말로 내가 배운 이 세상에서의 가장 큰 레슨이 아니었을까 생각했습니다. 여러분이 찾아주고, 전화해주시고, 전보도 쳐주고....많은 위로와 격려를 보내주셨습니다. 한분 한분의 글이 큰 위안이 되고 되살아갈 힘이 됩니다. 마국말에 살아간다는 뜻에 "Make Ends Meet"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참으로 절묘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그렇게 사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일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을 비우고, 그저 열심히 사는 일. 말은 쉽지만, 오늘도 왼통 사방은 똑 같은 말입니다. 돈버세요. 부자되세요, 성공하는자의 몇가지 비결, 부자되어 어디가기...몇개월에 하바드가기... 장인어른의 소천으로 하늘은 내게 더 큰 소망이 됩니다. 그리고, 삶의 목표는 더욱 진해졌습니다. 사무실로 돌아온 책상위에 전해져 온 소식은 "놀라우리만큼 똑똑한 요즘 집단들이 벌이는 또다른 행위예술"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참으로 불쌍한 현실입니다. 지난 삼일간의 망인과의 동거는 어쩌면 너무나 행복한 순간들이었는지 모릅니다. 살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고 살 사람은 똑바로 (잘) 살아야 한다는 것이 아버님이 주신 교훈입니다. 여러분과 만들어 가야 할 새로운 삶도 기대됩니다. 다시한번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이광일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