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날을 꾸질스러운 날씨를 보이더니, 어제는 드디어 한 줌의 눈폭탄을 쏟아냈다.
덕분에 30여분이면 가는 교회에서의 집까지의 시간이 1시간 더 걸렸다.
영동지방이나 서해안 타고 서울로 돌아오는 분들은 여서 일곱시간이나 걸렸다는 뉴스를 들으면
그래도 그나마 나는 다행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오랜만에 미끌거리는 도로를 살살살살 기어서 운전하는 맛도 나름 재미(?) 있었다.
이 해의 마지막 월요일. 12월 28일.
정말 2009가 지나가는 구나~ 하는 생각에 왠지 가슴이 썰렁해 진다.
뭐 한 것도 하나 없이 한 해를 그냥 보내 버린 듯 한 마음때문인 것 같다.
아니, 어떻게 생각하면 참으로 한 일이 많았던 한 해 인 것도 같고....
이럴땐 음악 듣는 게 최고다.
감상실에 누군가 스테이트먼트 원을 스탠드에 올려놓았다.
꼼짝하기도 싫은 마당인지라 오라의 네오 CDP와 그루브 인티를 연결하였다.
그루브인티는 오라 노트에 쓰인 출력석을 두배로 쓴 인티 앰프이다.
트랜스포머도 물론 용량이 크다.
출력은 채널당 75W. 그러나, 왠만한 스피커를 울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게다가 튜브같은 사운드특성을 지니고 있어서 지난 아이어쇼때는 마크 레빈슨의 새로운
스피커에 물려서 꽤 많은 지지자들을 이미 확보한, 정석에 매우 충실한 스타일리쉬 앰프이다.
노라존스를 시작으로
브람스, 말러....베르곤찌...
평소 듣던 음반들을 주욱 들었다. 나도 모르게 또 다른 음반으로 손이 계속 가면서
푸근한 마음으로 연주속에 몰입이 되었다.
스테이트먼트는 역시 괜찮은 스피커다.
생긴 것을 다시 보니 꽤 괜찮은 모양이다.
네오+그루브의 블랙과 피아노 블랙의 광택이 조화가 잘 된다.
소릿결이 아주 고급이고 저역이 떨어질 때도 싸구려 유닛에서의 버석거림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어디 한 구석 애매한 곳도 거의 느껴지지 않고, 그냥 들으면 그냥 썩 괜찮다.
스테이징도 상당하고 깊이감도 기대 이상으로 잘 나온다.
물론 스테이트먼트 II 에서의 엄청난 스케일을 뽑아내지는 않는다.
그러나, I 자체의 스케일도 음악 그 자체를 즐기기엔 상당하다.
오라 네오 CDP와 그루브 인티...그리고 스테이트먼트 1, 약간의 스피커줄, 인터선 하나!
한 20만원짜리 튜너 하나 붙여주면
진정 상당한 하이엔드시스템으로 바로 포지셔닝을 할 것이다.
더 좋은 것은
에이징이고 뭐고 튜닝이 어떻고 하는 너절한 사족이 여기에는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냥 몰.입. 이다.
네오 와 그루브가 일본 스테레오사운드 잡지에서 그랑프리를 받고 커버지에 실린 것도
다 이유가 있었나 보다.
내가 만들고도 그 저력을 제대로 모르는 이 우매함은 언제나 깨우쳐 지려나...
이 해의 마지막 나흘 중 하루를 나도 모르게 음악듣느라 그냥 보내버렸다.
하지만 그리 억울하지는 않다.
좋은 매칭을 만날 때 마다
한동안 잊어버렸던 오랜 친구로 부터 전화를 받은 것 같이 기분이 너무 좋기 때문이다.
오늘은 날이 좋은데...내일은 또 눈이 온단다.
어쨌든 이제 사흘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