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린 눈은 瑞雪인 줄 알았는데 (왜냐하면 일기예보에서 5Cm 정도 내린다고 해서요..).
아침 일찍 내려 바라 본 하늘은 오센티가 아닌, 뭔가 오래전의 하늘을 기억하게 만들더군요.
한 40년전즈음...제대로 내린 눈으로 인하여
버스가 인간부하때문에 무악재를 넘어가지 못하는 바람에 출근하시던 아버지 서컹..온 식구가 버스를
내려서 장난치며 고개를 걸어서 넘어가던 그 어떤 날.
1969년이었나 봅니다.
지금은 돌아가신 아버님, 큰 누이...
그리고 작은 누이, 여동생. 남동생들.
모두 웃는 얼굴로 재미있게 놀면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고개를 넘어가서 미리 넘어 와
기다리고 있던 버스를 다시 타고 등교 (출근)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땐 버스에 사람이 많으면 고개를 못 넘어갔습니다)
유난히 멍청한 제 기억 속에서도 그 날이 또렷이 자리잡고 있는 이유는 눈이 가진
커다란 속성 - 모든 것을 모두 덮어버린다는 것- 때문인가 봅니다.
오늘,
내린 눈을 보며
내리는 눈을 보며
퍼붓는 눈 속을 운전하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눈이 몇 센티가 오건,
비가 몇 밀리가 오건,
갑자기 쓰나미가 닥쳐오건,
무서운 바이러스가 세상을 덮쳐오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개뿔도 없다는 것이지요.
정말 손톱 끝의 때만큼도 어떻게 바꿔볼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 땅에서 아무리 잘난 척 해 보아도 그것은 커다란 논에서 미꾸라지 한마리 지나간 자욱도 되지 않습니다.
하늘을 보면, 우주가 보이고, 그 뒤로....천천히 세상을 운행하는 Super Power의 힘이
느껴집니다.
무엇을 믿던, 어떤 종교를 가졌던, 내가 얼마나 잘 났던, 네가 얼마나 잘 났던
이러한 힘을 느끼고, 믿는 것은 참 재미있고 감사한 일입니다.
그리고 갑자기 느꼈습니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라면 그냥 믿고 맡기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것이지요.
믿고 맡길께!
인간사이에도 서로 믿으면 맡기는 판인데, 하물며 상대가 수퍼파워라면.....
믿음은 나의 모든 바램을 맡기고 오직 정직과 진실로 열심히 일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천공항입니다. 한시간 뒤 라스베가스로 떠나기 위하여 대기중입니다.
지하철 여섯번 갈아타고...하루종일 여기와서 기다리느라 지쳐있지만, 이런 날씨 속에서 배움을 가진다는 것이
즐겁기도 합니다.
다녀오겠습니다.
믿고 맡겨준 분들에게 감사의 열매를 맺어서 보응하는 것이 제 남은 삶의 목표입니다.
더 열심히 하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 저만 좀 따뜻한 곳으로 피해가는 듯 해서 죄송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