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클래식 프로이다.
아니 단 하나의 클래식 TV 프로이다.
방영시각은 밤 12시 30분이 넘어, 마지막 프로로 편성되었다.
클래식이 밥멕여 주는 것 절대 아니지만, 이것이 우리가 사는 現實이다.
짜투리 클래식 프로그램이 KBS2의 마지막 프로그램이고, 이것이 끝나면
감격스럽게도 애국가를 들을 권리와 의무가 주어진다는 것.
물론, 아무때나 Key 하나만 누지르면 100여개의 방송이 기다리고 있다.
100가지의 반찬이 있은 들 무엇하리? 먹을 반찬 한가지만 있으면 그것이 더 행복한
법이다.
맨밥에 김치 한포기로 늘 즐거웠던 어렸을 적이 기억난다.
오늘의 클래식 오딧세이에는 성곡중학교란 경기도 어딘가의 작은 중학교
관현악단의 그림이 잠깐 나왔다.
공부가 끝나면 잠시 모여서 쪼끔씩 연습을 하는 학교라고 한다.
아이들이나 지휘하는 선생님이나 모두 얼굴에 "기쁨"이라고 쓰여져 있다.
아이들의 연주도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있다.
경기도의 경연대회에서 3연패를 할 정도로 썩 괜찮은 선율을 들려준다.
그들은 원래 프로가 아니다. 아니, 지금도 프로가 아니다. 서투른 아마튜어이지만
아이들의 얼굴엔 기쁨과, 이 시간만이 줄 수 있는 화음 (concord)에 대한 희열이
보인다.
며칠에 30분이라도 쪼개어 조금씩 삶의 여유를 가르칠 줄 아는 그 학교의 교장을
모신 학생들은 축복받은 학생들이다.
지도자는 그래서 중요하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사회에서, 나라에서...그리고
우리의 가정에서 이다.
나는 나의 가정을 기쁘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가장인가?
오늘은 하늘이 열린 날이다.
하늘이 열고자 하면 마음을 먼저 열어야 한다.
먼저 내 마음을 열자!
그리고 그토록 사랑하는 우리의 아이들 마음을 열어주자!
내가 들려주는 작은 귀퉁이 음악이 먼 훗날 그 아이의 커다란 선택의 순간에
잘 어우러진 화음으로 다가설 지도 모른다.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선물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