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CAD-300 SEI. 웨스턴관이 꼽혀있는 진공관 앰프다.
참 좋은 소리다. 평도 참 좋은거 같다.
나는 이놈을 한 3년정도 데리고 있어 봤다. 근데 사실 들은 시간은 그리 많지가 않았다. 일단 뭐든 내껄로 만들고 나면 흥미가 좀 가시지 않는가? 더군다나 작년에 늦둥이가 태어난 이후, 거실 스피커를 울리는건 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나마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건 애들 다 재우고 나서 헤드폰을 통해서 듣는 1시간 정도였다. 그것도 어쩌다가.
작년 연말 어느날 밤. 이 놈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참으로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별루 듣지도 않으면서 수백만원짜리를 떡허니 모시고 있다는 게.
그래서, 쬐끄만 헤드폰 앰프만 구하면 다 정리하고 아주 싼걸로 가자, 그리고 남는돈으로 캐논 20D 하나 장만해서 애들 사진이나 예쁘게 찍어 줘야지 하고 불끈 다짐을 했더랬다. 그런 내맘을 어떻게 알았는지 에이프릴에서는 때맞춰 헤드폰 앰프를 팔기 시작했고.. 기본은 할거라는 믿음과 싼 가격에 큰 부담없이 주문을 했다. 근데 사실 가격이 싼게 좀 걸리기는 했다. 째끔만 나빠져야 할텐데..
캐리 앰프 좋은점 중 하나가 제대로 된 헤드폰 단자가 있다는 거다. 그냥 대충 구멍만 뚫은게 아니고 제대로된 회로를 통해 내보낸다는 건데, 그래서 스테레오파일에는 헤드폰 앰프로 분류된다 했다.
HP100 이 왔고, 케이블 끼우고, 애들 잠자기 기다리고.. (이럴땐 애들도 아주 늦게 잔다) 잠들기 무섭게 허겁지겁 들어봤다. 그리고 이제 한달이 좀 넘었다.
소리는 어땠을까? 바라던 대로 째끔만 나빠졌을까?
나의 기대와는 달리 소리는 째끔만 나빠진게 아니었다.
이를 어쩌나, 나한텐 소리가 더 좋게 들리는 것이었다.
캐리는 음상이 작고 타이트하고 입체적으로 들린다. 정위가 좋다. 반면에 좀 가늘다. 이안 보스트리지가 카운터 테너에 가까워진다. HP100은 더 두텁고 풍성하다. 음상은 크고.. 그 탓에 스테이지는 캐리보다 좀 못하다. 근데 HP100 쪽이 음악을 더 기분좋게 오래 듣게 한다.
캐리 앰프를 사서 처음에는 스피커를 통해서만 들었다. 헤드폰으로 무슨 음악을 듣나 하는 생각에. 그러다 우연히 젠하이저 HD600 중고를 구하게 되었고.. 이건 참 다른 세상이구나 하고 감탄했었다.
45만원 짜리 헤드폰 앰프.
프로테우스 파워코드에, 연결선은 카다스 레퍼런스 골든.
줄값이 몇배인데, 그냥 놔두고 싶다. 대접해 주고 싶다.
(사실은 내다팔면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ㅎㅎ)
그건 그렇다 치고.
남은 돈으로 캐논 20D 를 사서 애들 사진을 열심히 찍고 있느냐..
그렇다면 오죽 좋을까 마는.. 아니다.
연이어 지름신이 강림하여 현재 도저히 추스릴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흐흐.. 저 아래 AI10 구하는글 내가 쓴거다.
tudo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