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와 단상] 에이프릴뮤직이 18주년을 맞았습니다.

by simon posted Jul 0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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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4월의 어느 날 시작된 도발(?)은 조금의 준비기간을 거쳐 7월 4일에 정식으로 사업자등록증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 3년은 괜찮았었지요.

IMF가 터졌지만, 나이도 젊었었고..개발도 빠르고, 또 세계의 여타 회사들 보다 늦지않게 아이디어 제품들을 내 놓을 수 있었기에

나름대로 잘 견뎌냈던 것 같습니다.

 

P1014154.jpg

 

회사가 조금 커지면서, 오히려 굴러가는 것이 쉽지 않고...한 10년전 부터는 정말 힘들게 지내온 것 같습니다.

 

치기로 시작할 때 40대초의 청년이던 저도 이제는 환갑을 넘긴 초로의 인간이 되었습니다.

당연히, 머리도 잘 안돌고...여기저기 아픈 곳도 좀 있고.

요즘 나이 60이면 청년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성한 곳은 귀뿐인가 봅니다.

그것도 진정 감사한 일이지요.

 

그리하여, 지난 월요일은 에이프릴뮤직 창립 18주년 기념일이었습니다.

본사를 안양공장근처로 이사하는 일로 인하여 직원들과 제대로 된 저녁한번 못했습니다.

좀 추스리고 한번 해야지요.

 

18년의 생각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18년이 흘렀으면 버젓한 중견기업 정도로는 성장을 했어야 했는데....저희는 아직 엄청 헤매는 소기업입니다.

그런면에서 현재는 실패한 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주변분들도 그렇게 생각하나 봅니다.

 

산을 오르는 것은 정상을 밟고 내려오기 위함입니다.

중간에서 내려오면 뒤가 찜찜합니다.

정상에 올라 산 밑의 모든 세상들을 내려다 보면 가슴이 다 후련해지고 다시 힘받아 또 며칠을 잘 살아갑니다.

 

그런데, 이 정상이라는 것이 (산이 높건 낮건간에) 반드시 정상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산 밑 10미터를 넘겨놓고는 밑의 세상을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수천미터를 올라왔어도 남아있는 마지막 10미터를 올라야만 사위를 볼 수 있는 법.

그것은 특권인 듯 하지만, 오직 노력한 자만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이기도 합니다.

 

에이프릴은 어림잡아 많은 사람들이 올랐던 그 정상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와 있음을 느낍니다.

정상이 가까울 때 저 위로 부터 내려오는 빛과 바람을 보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한 9부능선은 넘어가는 모양입니다.

숨이 턱에 찼습니다.

'고지가 바로 저긴데...' 바로 그 이야기가 계속 떠 오릅니다.

 

9부능선이건 9.5부 능선이건 정상에서 성공을 외치지 못하면 남을 것은 따가운 질책과 지적밖에 없습니다.

더 힘내라는 채근을 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세상의 이치입니다.

그래서 꼭 오를 것입니다.

그러나, 비단 채근이나 지적이 무서워서가 아니라...이것은 평생을 꾸어온 꿈이기에 꼭 오릅니다.

제가 못 오르면, 또 누군가 바톤을 이어받아서라도 오릅니다.

결국 에이프릴이 오르면 됩니다.

 

그리고, 이제 다 왔습니다.

20년이면 남은 2년안에, 아니면 그 이전에 이룰 것입니다.

믿음이 약한 사람들은 안된다고 손사래를 칠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그들의 자유입니다.

 

수도 없이 이야기 했다시피, 에이프릴의 꿈은 '가정마다 음악을 듣는 오디오를 보급하는 것'입니다.

아니, 보급이라기 보다는 판매가 맞겠지요.

1가구 1오디오!

그게 라디오가 되었건, 리시버가 되었건, 하이엔드 오디오가 되었건...

각자의 여유에 맞게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기이면 됩니다.

 

각 집에 CD가 수천장씩 있으면 무엇합니까?

오디오를 통하여 소리로 들려져야 그것이 '세상의 모든 음악'이 되지 않겠습니까?

 

기기의 사양을 어떠했으면 한다든지, 어떤 스피커가 매칭되어야 한다든지, 어떤 가격이어야 한다든지....

어떻게 팔아야 한다든지...

평생을 정신없이 산 것 같아도,  평생을 그 생각만 하고 살았습니다.

그것이 제가 , 아니 에이프릴이 성공할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믿습니다.

비록 지금의 위치가 정상까지 조금 더 가야할 지언정, 실패했다고 손가락질 받는 것이 견디기 힘든 이유이기도 합니다.

 

******************************

 

엑시머스 S3 파워의 샤시설계를 맡은 마국의 Alex는 이번에도 진을 빼는 고생을 안겨줍니다.

DP1때도 근 8개월을 끌더니...S3도 제가 이렇게 밤에 잠을 못 이루는 선물을 주네요.

이젠 벗어나고 싶습니다.

더 이상 늑대를 외치는 소년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더욱 독촉하여 빠른 시일내에 샤시가 들어오도록, 그리하여 공동제작을 마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함께 디자인중인 P3 Preamp도 들여와 짝으로 판매를 해야겠습니다.

 

Model 3 스피커도 (지금은 차근차근 진행이 되고 있지만) 보다 타이트한 관리를 통하여

진정 좋은 Quality의 스피커를 제 시간에 뽑아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그리고....시제품까지 만들어 놓은 오라 Spirit 인티앰프도 바로 내 놓아야 하고..

다 개발해 놓고도 출시를 못하고 있는 Stello mini system도 소개를 해 드려야 하고...

 

그리 많은 일은 아닌 것 같은데...너무  힘듭니다.

허나, 독한 집중력으로 더 열심히 하면 다 잘 풀려나갈 것 같습니다.

 

18주년이란 것은 사실 의미가 없는 것도 잘 압니다.

그리고, 그만큼 버틴 것이 주변에서의 수 많은 도움으로 가능했다는 것도 잘 압니다.

그래서 오늘같이 잠을 못 이루는 밤이 가끔 있습니다.

갚지 못한 은혜때문이지요.

신세를 진 분들의 이름과 얼굴이 하늘의 수많은 별들처럼 생생하게..한분 한분 떠 오릅니다.

 

제가 생각하는 제 자신은 좋은 사람축에는 못 끼겠지만....무슨 의도된 나쁜 일을 미리 생각하고 저지르는 그런 사람은 못 됩니다.

또 그렇게 똑똑하지도 못합니다.

꿈을 너무 오래꾼 것이 큰 잘못이기는 합니다.

 

나머지 길을 진정 묵묵히 걸어가서 여러분의 은혜에 꼭 보답합니다.

 

18주년을 축하해 주시면 더 감사하겠습니다.

 

건강하시고, 가정에 늘 좋은 음악과 화평이 가득하시길 기원드립니다.

 

 

2016년 7월 7일

 

이광일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