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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09 02:58

소리나리!

조회 수 239 추천 수 0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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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는 나야 합니다. 소리나리! 집에 키우던 강아지가 두마리 있습니다. 둘다 암컷인데 큰 놈은 '소리'요 작은 놈은 손녀뻘인 세살짜리인데 이름은 '나리'입니다. 할머니 '소리'는 13세입니다. 아주 많지요. 둘이 모이면 '소리나리'입니다. 마치 양손이 마주쳐야 박수가 나오듯이 들이 항상 다니는 모습이 늘 재미있습니다. 밥도 서로 뺏어먹기도 하고, 샘도 서로 내고, 집을 비운 사이 잘못을 할량이면 (쓰레기통을 뒤진다던지, 새로 사놓은 성경책을 갉아먹었다던가....실례를 아무곳에나 했다든지) 쥔장이 들어와도 자기 자리에서 꼼딱도 하지 않습니다. 죄가 없는 날이면....저 멀리 차를 몰고 주차장으로 가까이 올때부터 이른바 뒤집어집니다. 깨깽...깽... '나 오늘 잘못한 것 없어요...엄마, 아빠!!' 라고 하는 듯이. 나리가 1년전에 갑상선기능저하라는 병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침대고 소파를 날아다니던 녀석이 점점 배만 부르고 힘을 잃어갔습니다. 세월은 병을 익혀간다더니....기어이 병이 또 악화되어 4일전만 해도 밥을 잘 먹던 녀석이 갑자기 몸져 누웠습니다. 밥이고 물이고 먹지 않습니다. 보통땐 10초안에 제 먹이 다 먹고 할머니꺼 짱! 보던 녀석인데.. 며칠사이에 급작스럽게 무너지더군요. 병원에 가서 이리저리 x-ray도 찍고 상태를 체크해 보니 이른바 각오하라는 군요. 몇달 못 산다고. 심장에 좋다는 새로운 밥까지 사왔습니다. 그런데..... 병원을 다녀온 그 날 부턴 아예 누워버렷습니다. 하루에 10미터쯤 걸어다닌 모양입니다. 어제 아침부턴 호흡이 안 좋았습니다. 출근을 안하고 팔다리를 주물러 주었습니다. 항상 그렇듯이 FM을 좀 크게 틀어놓고 나왔습니다. 얼마 못갈 것 같았습니다. 저녁에 돌아와 보니, 죽음의 그림자가 아주 가까이 드리웠습니다. 배설과 토역이 사람의 그 과정과 너무도 같습니다. 말을 못해 그렇지 고통도 너무 심할 것 같았습니다. 안락사를 시켜야 할 것 같은데......몇 시간이라도 더 데리고 있어 보려는 큰 아들놈과 집사람의 요구에 양복도 안 벗은 채로 멍하니 앉아서 한참을 보냈습니다. 사람이 가는 것두 힘든데 개 한마리 보내는 것두 참 힘들구만. 옛말에 '개같은 인생'이란 말이 있었는데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요즘 개들은 사료도 수입사료먹고 병원비도 가면 수십만원이요 미장원에 특수복장까지 장난이 아니더군요. '개만도 한참 못한 인생'으로 고쳐야 할 것입니다. 헌데 요즘 병원에 두번가보고 느낀 것은, 난 우리집 강아지에게 해준 것이 아무것도 없단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기에 키운 것인데 그 놈의 정이란 것이 들어서 내치지도 못하고 키운 것이지요. 물론 집에 오면 제일 반가와 하는 것들이 고놈들이지요. 밥달라고 그런 것인지, 뭔진 몰라도 엄청 좋아합니다. 에고...강아지들의 견생이여! 기어이 '나리'가 어제 떠났습니다. 큰 아들놈의 닭똥같은 눈물도, 수의사의 무슨 주사도, 아무 소용 없습니다. 자연은 다시 자연으로 오라고 손짓합니다. 돌아오라! Return to Nature, naturally! 난 왜 눈물이 안나는지 모르겠습니다. 슬픕니다. 아주 많이. 지난 주 이네사 갈란테의 서머타임을 들으면서는 눈물이 나서 혼났는데 정작 오래동안 정든 놈이 내 앞에서 죽어가는데 눈물도 안나옵니다. 우리 모두 가야 한다는 것에 너무나 익숙해져 인지...... 오늘 전화해 보니 죽어서 화장을 하러 보냈다는군요. 링거를 꽂고 날 쳐다보던 '나리'의 마지막 얼굴이 떠 오릅니다. 큰 아들은 10분을 더 보고 주차장으로 내려왔었습니다. 그래, 고생하지 말고 편히 가거라. 집단화장을 한다니.....뼈고르기는 힘들 것 같다. 그냥 자연속으로 다시 가거라. 마구 섞여서 훨...훨...! 그 잘난 모짜르트도 시신하나 제대로 간수 못하지 않았니... 나리야! 넌 그래두 우리 집에 살면서 음악은 많이 들은 것 같다. 소리가 이제 홀로 남아 앉아있는 모습이 왠지 처량해 보이는구나. 소리와 나리가 함께 있어야 소리가 날터인데..... 소리나리! 이젠 소리! 뿐이다. 그리고 얼마면 소리마저 갈 것이다.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또 다른 탄생이 이어질 것이기에 없어지는 것에 슬퍼만 할일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강아지라도 헤어짐은 진정으로 슬프다. 밤은 깊고 어려움은 늘 함께 온다. 강아지의 죽음까지도... 왜 하필이면 요즘같은 때란 말이냐? 이밤에 음악이 있음은 너무도 큰 축복이다. 뚫린 귀가 있는 자여! 열심히 음악듣고 힘얻어 열심히 살일이다. 네게 주신 생명의 시간을 잘 쪼개쓰면서..... 한글날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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