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에이프릴에 다녀올 일이 있어서 갔다가, 모델3 스피커 소리 듣고 왔습니다.
지금 서브로 오라노트v2에 데이비스 올림피아1을 쓰고 있고,
큰 불만은 없지만 괜히 한번 스피커를 바꿔보고 싶던 차에 마침 모델3가 나타났지만,
올림피아1도 나름 가성비가 상당히 좋은 스피커라, 그에 비해 얼마나 큰 향상이 있을지 모르겠어서 주저하다가,
올라오는 시청 평들을 보며, '올림피아1보다 약간 더 좋겠군' 하고 나름의 결론을 내리고 있었습니다.
어제도, 이사 후 아직 정리 중이신 듯 하기도 했고, 속으로 이미 결론을 내고 있던 터라 굳이 모델3를 들어볼 생각이 없었으나,
일 마치고 나가려던 차에 사장님께서 한번 들어보라고 하셔서 큰 기대 없이 잠깐 들어보고 갈 생각에 앉았습니다.
사장님께서 트랙을 고르시는 동안 잠깐 둘러보니,
시스템은 Antipodes 서버 + D700 DAC+ P700 PRE + S3(S700하우징) POWER 조합이었는데,
몇일 전에 본사 이전 완료해서, 일단 이광일 사장님 집무실에 설치해놓은 상태이고,
아직 방배동에서처럼 시청 공간 셋업이 완료된 상태는 아니며, 이전 후에는 제가 처음 소리 들어보는거라고 하시더군요.
어쨌든 몇 주 전 까지는 궁금하기도 했던 스피커이고, 온 김에 들어나 보지 뭐. 하고 앉아서 들어봤습니다.
그런데, 첫 음이 나오자마자, 올림피아1과 비교하려고 했던게 우스웠습니다. 소리의 급의 차이가 확연합니다.
몇 곡 더 들어보니, 상당한 수준의 해상도, 미세한 다이나믹의 표현, 큰 다이나믹의 대비, 뭉치거나 엉키지 않는 중역,
오버하지 않고 정확한 저역, 날카롭거나 거칠지 않으면서 낼 소리 다 내는 고역까지,
서브로 쓰기에는 스피커에게 미안한 수준의 소리였습니다.
성향으로 보면,
높은 중역~고역 부분은 K2, 에베레스트 등 고급 JBL과 같이 시원시원하지만 디테일이 살아있고,
이들 보다는 보다 포근하고 섬세한 쪽의 소리였습니다. 마치 리본트위터에 혼을 붙여놓은 듯 한 느낌이랄까요?
중역은 굵거나 지나치게 얇지 않고, 미세한 뉘앙스의 표현이 잘 될만한 매끈한 바디감을 가졌습니다.
우락부락한 근육질도 비쩍 마른 것도 아닌, 적당한 운동으로 몸매가 적절하게 잘 드러나는 정도의 탄탄한 몸을 생각하시면 될 듯 합니다.
저역 역시 양감이 지나쳐서 탁하게 무게 잡거나 번지지 않는, 나올 곳에 적절히 빠르게 나오면서 들어갈 때 정확하게 사라지는 저역입니다.
중간 저역과 높은 저역의 유기적인 밸런스가 좋아서, 지나치게 단단하거나 흐린 느낌 없이 소리의 윤곽을 적절히 표현하면서 무게감을 잘 표현해줍니다.
초저역은 쓸데없이 무리하지 않고, 나올 수 있는 대역까지를 정확히 표현해줍니다.
북쉘프 중에는 MANI2 같이 초저역을 그래도 내보려는 쪽과 다인 25, B&W 805 같이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 하는 쪽이 있는데,
제 경험으로는 제 아무리 MANI2 라도 북쉘프는 북쉘프일 뿐, 초저역이 제대로는 안나옵니다.
모델3는 후자 쪽 방향이라고 보이는데, 일단 나오는 대역까지는 흐릿함 없이 정확하게 내주네요.
(제 기준의 초저역은 약 50Hz 아래의 저역으로, 제니퍼원스 Somewhere Somebody 도입부 제일 낮은 베이스가 약 50Hz,
곡 전체에서 제일 낮은 베이스가 40Hz 초반인데, 그 아래 대역의 무언가 있는 듯 하면서 묵직하게 채우는 저역 대역입니다.)
굳이 아쉬운 부분을 찾자면, 시청 공간을 채우는 저역의 존재감이 좀 더 나왔으면 했었으나,
북쉘프한테는 무리인 부분이란 것은 잘 알고 있어서 패스 했습니다.
이 부분 이외에는 지금 제 메인인 에어리얼 20Tv2와도 한번 맞비교해보고 싶은 수준이다보니,
잠깐 북쉘프인 것을 잊을 뻔 했었습니다.
오래 전 아큐톤 유닛들을 사용한 이소폰의 베스코바를 썼었는데, 그 때 하고는 소리 질감이 꽤 달랐습니다.
그 때는 뭔가 가녀린 아가씨 같은 느낌이었으나, 모델3는 탄탄함이 느껴졌습니다.
그런 느낌에 대해 말씀드리니, 아큐톤 유닛이 기성품 그대로가 아니고,
무게감과 질감을 위해 별도의 처리가 들어간 것이라고 하시더군요.
요약하면,
정확한 표현에 중점을 둔 스피커로, 특히 해상도와 마이크로/트랜지언트 다이나믹이 수준급이다.
북쉘프의 한계로 인한 초저역을 제외하면, 레퍼런스급 스피커들과 맞비교해보고 싶은 수준이었다.
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 가지 첨언하면, 처음에 올라왔던 저 튜닝용 스피커 사진을 보고서는,
저대로 외관 마감 되는 줄 알고 '외관은 영 별로다'라고 생각했는데,
몇일 전 올라온 마감 사진은 이뻐서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생긴게 안 이뻐서 가정의 평화를 위해 포기한 분들도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처음부터 '마감은 이런 것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해주셨으면 좀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이 사진과 위의 튜닝용 샘플 사진은 차이가 너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