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마지막 날...무더운 토요일 오후

by simon posted May 3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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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장님과 나는 아직 근무중이다. 

 

오후 네시가 넘어가는 토요일. 사무실도 푹푹 찐다.

에어콘 틀기엔 너무 이른 때인 것도 같고.....

 

좌우간 요즘은 날씨도, 경기도, 세상 돌아가는 모든 것이 약간 축을 벗어난 느낌이다.

 

지난 주 수요일에 독일에서 돌아왔는데, 아직도 시차적응이 잘 안된다.

 

몸이 자꾸 의자속으로 파뭍히는 느낌이다.

 

글도 잘 안써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도...일은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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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독일과 프랑스를 다녀오면서 지난 날들과는 달리 많은 생각을 했다.

독일의 전시회에 나온 어마무시한 가격의 오디오들.

그 속에서도 진정성을 가지고 정말 좋은 소리를 내주는 귀한 보석같은 존재들.

그 속에 낑겨서 분투하는 오라 노트 v2.

파리에서 남쪽을 향하는 고속도로에 펼쳐지는 샴페인지방의 시골풍경.

작은 도시에서 세계최고의 물건을 만들어 내는 그 저력.

그리고, 미력이나마 내가 세계 오디오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가고 있음에 대하여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고....

참, 오랜만에 보람있는 여행이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 치밀어 오르는 회의, 질문들...

과연 내가 이런 식의 생활을 몇년이나 더 할 수 있을 것인가?

나의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나는 아직 꿈꾸고 있는가?

왜 독일, 프랑스...이런 나라들은 선진국일까?

..등등의 수 많의 내게로 향한 질문들. 나라로 향한 질문들, 사회로 향한 질문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올 즈음 마음 한 구석에 조그만 답들을 몇조각 주을 수 있었다.

 

그들이 잘 사는 이유는, 그 들의 삶이 안정된 이유는 간단하다.

 

열심히 일하고 반칙하지 않는 것이다.

그냥 열심히 일하는 것이 아니고, 진정으로 Detail에 Detail을 더하여 열심히 한다.

벤츠나 BMW, Audi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또, 일이 끝나면 그들은 우리보다 더 질펀하게 즐기는 것 같다.

물론 대한민국처럼 24시간 밥과 술이 어딜가나 넘쳐나는 나라는 거의 없으니....집으로 갈 밖에.

 

그리고, 만들어 놓은 규칙은 목숨걸고 지키는 것.

 

사실, 16년전에 이 회사를 만들때 생각한 내적인 사시는 \"정직과 성실\" 이었다.

Honesty & Sincerity.

거짓을 행하지 않으며 최대한의 성실로 좋은 제품을 만들어 가자는 마음.

지금도 변한 것은 없는데,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살아가며 버티는 것은 정말 어렵다.

그래도 반칙하기는 죽어도 싫다.

 

끝까지, 혼신의 힘을 다하여....최후까지 Detail을 추구하면서...

결국은 정직한 제품을 만들어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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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조금 전까지...DAC의 튜닝에 매달리다 보니 정신이 몽롱해 졌다.

튜닝, 그것은 삽질이기도 하다.

부품을 바꾸기도 하고, 위치를 바꾸기도 하고, 바이어스전류값을 바꾸기도 하고, 샤시를 바꾸기도 하고...

그야말로 수 많은 변수의 조합을 꿰어맞춰가면서 가장 좋은 소리를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탈진할 정도로 힘든 작업이다.

 

그런데, 희안한 것은 이 작업이 재미있다는 것이다.

결국은 내가 찾는 소리가 거기 어딘가에 있고...그 소리가 나왔을때의 자그마한 희열같은 것.

바로 이거야!

유레카를 외치며....그 자료를 정리하여 생산처로 넘기는 작업은 고되면서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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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참 어렵다.

아니 어렵게들 살아간다.

그 이유를 난 조금 안다.

나누지 않기 때문이다.

나누기 싫어서가 아니라, 불안하기 때문에 나누지 않는다.

결국은 모두 주저앉게 되어있다.

역사는 늘 그렇게 반복되어 왔다.

 

세월호가 준 교훈은 \"반칙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한번 반칙은 옐로우카드요 두번이상이면 퇴장이다.

진작에 그랬어야 했고, 그 룰을 지키지 않은 모두의 잘못이다.

 

하다못해 무단 정차한 자가용한대로 인하여 남부순환로가 꽉 막히는 것을 해프닝정도로 생각하는 그것이 잘못이다.

한대가 막아놓은 것은 4차선중 1차선을 지워버린 것이나 진배없는 것이다.

 

작은 것이 큰 것이고, 때론 큰 것도 작은 것과 같다.

 

내가 반칙하지 않고 성실히 살아갈때 후대들에게 보다 떳떳한 나라를 물려줄 수 있을게다.

 

뭔 DAC 하나 만드는데 그렇게 까지 하냐고....회사 내부에서도 그리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게다.

소리는 불행히도 하나다.

유사한 소리는 많지만, 유사하면 그저그런 오디오 일뿐이다.

누가 그런 소리를 좋아하건 그것은 내게 중요치 않다.

 

수없는 담금질과 망치질로 최고의 검이 탄생하듯이....나는 비록 장인정신이 깃든 그런 장인은 못되어도

\"정직과 성실\"로 조금이라도 나은 제품을 만들고 싶다.

또 종국에는 우리의 제품에서 정직과 성실을 팔고싶다.

 

뭐 세상의 평가는 오랜 시간을 두고 보아야 할 일이다.

당장의 앞가림도 못하면서 뻥뻥거림이 부끄럽기는 하다.

 

덥다.

허나, 좋은 음악이 나를 시원하게 씻겨줌이 그 얼마나 다행인가?

 

sim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