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지 않은 삶이 어디 있으랴만....

by simon posted Dec 0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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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갈 수록 점점 더 힘이 든다. 당연한 이야기인가? 나이를 하루라도 더 먹으니까 힘이 들 밖에.... 아니 나이먹어 힘든 그런 것 보다, 요즘은 나 뿐만 아니라 모두가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것 같다. 바쁘고, 정신없고, 돈 잘 버는 이들이나 못 버는 이들이나, 재벌이나 노숙자나 약간 일그러진 무표정의 표정. 이건희회장도 그렇고....다 그렇다. 텔리비전의 버라이어티 쇼 앞에 앉아있는 몇 시간동안은 짐짓 웃음을 짓는 지 모르겠다만 그 또한 신통치 않음은 매 일반이다. 뭔 큰일을 한답시고 이렇게 힘이 들까? 건강에 큰 문제가 생긴 걸까? 그럴 량이면 벌써 얼굴에 나 <-- 병들었음..이라고 써 있을 터인데...먹고 댕기는 거 보면 그리 큰 문제는 없는 듯. 정신적인 피로? 현대인 치고 나보다 피로하지 않은 사람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누구나 이렇게 외칠거다. 현대를 사는 호모사피엔스는 모두 힘들고 고독하다. 왜 그럴까?? 요 조그마한 전파사같은 회사를 운영하면서도 도무지 정신을 못 차리겠다. Well-organized 되지 못한 두뇌구조도 한 몫하는 것 같고, 일인 7역을 해야하는 대한민국의 중소기업, 게다가 수출기업을 운용해야 하는 나로서는 역부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사업분야라고 쭉쭉빵빵 수출이 잘 터지는 아이디어 상품이나 IT제품도 아니고 고리타분한 하이엔드오디오제품이라니.....쯔~~ 왜 내가 이렇게 되었을까? 군대가서 몇 개월지나면 군대바보가 되듯이 요즘 내 모양이 그런 것 같다. 직원들이 해 올린 서류도 많이 모자라지만, 여기저기 고치고 가르칠 여력이 없다. 공동구매 페이지를 해서 올리라고 이야기한다고 해서 누구 하나 똑소리 나게 올릴 인원도 모자란다. 모두들 바쁘다. 잘 돌아가기 때문에 바쁘거나 쓸데없이 바쁠 수도 있다. 가수 이용이 시월의 마지막밤을 며칠씩이나 욹어먹던 것이 엊그제 인데...벌써 십일월의 마지막을 넘어 12월의 첫날에 서 있다. 아! 이번 달은 또 어디오 가야하나.... 일찌기 정주영은 그날에 하고 픈 일을 생각하면 아침새벽에 가슴이 뛰어서 잠을 못 이루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물론 그가 전생을 그렇게 살진 않았을게다. 친구들이 가끔 지면상에 성공한 CEO라는 타이틀 아래 큰 사진과 함께 나온 글을 읽다보면 나는 자동으로 바싹 움츠러든다. 10여명짜리 회사의 자잘한 일들도 반듯하게 해결 못하는 나 자신의 현실과, 어느 새 클대로 커 버려서 누구나 감탄사를 연발하며 명연설을 듣는 CEO가 된 친구의 처지... 우리는 한때 책상을 같이 놓고 앞서거니 뒤서거니...미래를 같이 꿈꾸던 청년들이 아니었던가? 내가 그 친구들 보다 많이 못했었던가? 사회에 나와서도 그렇게 떨어지진 않았었던 것 같은데....? 난 나의 현재를 탓하는 것이 아니다. 탓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 탓해서 나아질 것도 없다. 단지 왜 이렇게 힘이 든지 그 이유를 좀 알고 싶을 뿐이다. 맞아, 돈을 못 벌어서 일지도 모른다. 돈이 벌려야 신도 나고 직원들 사기도 올려주고 회사도 더 깨끗한 곳으로 옮기고 더 나은 제품을 만들어 매출도 더 올리고.... 헌데 그게 어렵다. 드럽게 어렵다. 열명짜리 회사 운용하기가 천명짜리 회사 운용하기 보다 어렵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성공한 사람은 할 말이 많다. 아직 성공하지 못한 사람은 말 할 자격이 없다. 그래....그래서 아마 이리도 힘든 가 보다. 따뜻한 방 바닥에 누워 포근히 잠이 들어갈 때면, 가끔...이대로 깨지 말았으면 하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리하면, 아주 아주 어렸을 적, 경주 근처의 농장집에서 군불땐 아랫목에서 땀을 화다닥 흘린 후 개운해진 몸으로 까먹던 군고구마가 생각난다. 그땐 찬물하고 같이 먹었지. 난 요즘 "고구마 다이어트"를 한다. 등판이 저린다. 정신이 멍하다. 집중이 되지 않는다. 매출은 고비를 넘어갈 듯, 갈 듯...수년째 맴돌고 있다. 기름을 더 부어주어야 하는 것인지, 바람을 더 불어 주어야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모를 리 없건만, 잘 모르겠다고 하는 것이 머리가 좀 덜 지끈거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나의 성공과 우리 회사의 성공을 믿는다. 나의 성공은 그리 큰 산과 같은 멋드러진 것이 아니다. 그리 큰 것도 아니다. 아주 작고 충분히 이룰 수 있는 그런 꿈이기 때문이다. 그것만 되면 난 성공이다! 라고 소리치면 만세를 부를 것이다. 오늘도...... 모두가 자신의 삶을 산다. 아니, 자신의 삶만을 챙기면서 살기도 힘든 세상을 산다. 힘들지 않은 삶은 없다. 힘들지 않은, 그런 나은 삶을 찾아 끊임없이 나아가는 삶은 그리 흔치 않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삶이 그냥 힘들다고만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왜 내가 아픈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제대로 안다고 안 아플 것도 아니다. 현대인은 모두 조금씩 아픈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