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토,
멀리 경마장 중계방송소리 들으며,
가끔은, 난간에 매달리어 살아남은 정원을 쳐다보며
가끔은, 오랜만에 정말 푸르디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시원하게, 거침없이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이지연의 "바람아 멈추어다오"를 듣다가
70년대 어느 다방에 큰 글씨로 써 붙여졌던 "마크레빈슨 ML-2 입하"라는
글귀를 떠 올리며 낄낄거려도 보면서.
큰 놈이 보다가 귀대하며 던지고 간 제임스 조이스의 귀한 영어를 서툰 눈으로
넋놓고 읽어가는...이 맛...
좋다, 정말 좋다.
오디오가 좀 어떤 들 그게 무슨 상관이며,
집이 좀 어떤 들 그게 또 무슨 상관이랴?
좁디 좁아 터진 내 마음의 평수를 넓히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겠거늘
쫌생이로 태어난 연분을 어찌 마다하고 살 수 있겠는가?
이제라도 요만큼의 자족을 느끼는 것으로도 충분히 감사할 조건이 아닐까?
다섯시가 지났는데도 경마장에 들어가려고 늘어선 자동차의 꼬리가 끝없다.
만차라는데도, 움직이지 않고 움직일 수 없는데도 돌아가지 않겠다는 그 의지!
그 의지가 주가를 드디어 2천고지에 올릴 모양이다.
평생 주식 한 장, 땅 한 평 못 사본 나에게는 모든 것이
먼나라 이웃나라 사람들, 생각들 같다. 나두 참 큰 일이다.
바람이 더 시원해진다. 폭풍이 온다 했던가?
누가 저 하늘을 보고 폭풍을 이야기한단 말인가?
우리 자식들이 진정 행복하게 잘 살아갔으면 좋겠다.
에이프릴의 제품들이 잘 팔릴 수 있도록 정말 잘 만들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꿈을 좁히니 마음이 더 넓어지는 기분이다.
사람은 기분으로 사나 보다.
sim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