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에이프릴의 유일한 SACDP인 SA-10을 구하게 되었는데요. 번인이 충분히 되서 그런지 몰라도, 너무 인상적이라 그냥 넘어갈 수 없네요. ^^ 제가 SACD에 깊이 매료된 것은 세계 최초의 SACDP인 소니의 SCD-1을 사용하게 되었을 때입니다. 너무나 생생하고 선명한 이미지와 기존에 들을 수 없었던 실제적인 저역에 정말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베토벤 교향곡 9번 4악장 도입부의 콘트라베이스 소리를 들었을 때, CD와는 매우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나중에 SACD의 콘트라베이스 소리가 실제로 콘서트장에서 들리는 소리와 유사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소니 SCD-1의 레드북 CD 소리는 너무나 형편 없었고(아주 기름기 있고 노란(?) 색감이 느껴지는 소리), 이를 보완하기 위해 CHORD DAC 64 등 여러 DAC를 붙였으나, 구제가 불가능한 소리였습니다.
하는 수 없이 다른 CDP로 이동하였는데, 마란츠의 11S1을 초기에 350만원에 구입하였습니다.(꺼이 꺼이..) 그런데, 놀라운 것은 아무리 들어봐도 레드북 소리가 나은 겁니다. SACD의 특질은 느껴졌지만 SCD-1과 같은 압도적인 느낌은 전혀 오지 않고, SACD를 들어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반면에 레드북 CD는 기존 마란츠 소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아졌다고 느꼈습니다. 이후 세계 2번째 SACDP인 마란츠의 SA1으로 회귀하였으나, 역시 SCD-1과 비교 시 레드북 CD에서 장점이 느껴졌으나, SACD에서 완패하였습니다.
그 다음으로 아큐페이즈의 DP-77을 사용하였는데, 정갈하고 깔끔하고 점잖은 소리로서, SACD와 CD의 성격이 매우 유사한 소리였습니다. 기계적인 완성도도 엄청나게 뛰어나고, 음의 수준이 매우 높고 다 좋은데, 스케일이 너무 작은 것이 흠이었습니다. 뭔가 오디오적 쾌감 같은 것이 아쉽다고 할까요? (거기에 일본스러운(?) 디자인도 한몫 하였음 ^^)
그러다가 이번에 에이프릴의 SA-10을 구입했습니다. 신품 공구가 기준에서 아큐페이즈의 거의 4분의 1가격이고, 중고가 기준 반값 정도 되겠네요.(그러고 보니 에이프릴 제품의 중고가 하락률이 훨씬 적군요) 일단 기능을 체크해 보았는데, 약간의 에러가 있어 보이네요. 레드북 CD의 업샘플링을 걸어도 화면에는 44.1만 뜨는 것 같고요. 자체 볼륨을 조정해도 작동이 안되는 것 같습니다. (이거 왜 그런지 알고 계시는 분 설명 부탁 드립니다. ^^) 청취해 봅니다. 앰프는 심오디오의 I-7 RS이고 스피커는 토템 마니투입니다. 정말 아큐페이즈와 비교했을 때 풀 스케일이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대역이 넓고요. 음의 입자감도 아주 곱습니다. (제가 요즘 LP를 많이 듣는데, 디지털이 이 정도라면 이제 CD나 SACD도 많이 듣게 될 것 같습니다. )
뭐라고 할까요? 일단 제가 사용한 제품들과 비교 시(기억이 잘 안나지만), SACD 소리는 아큐페이즈나 마란츠 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최근에 들었던 마란츠의 레퍼런스 모델인 SA7S1의 뭔가 모르게 탈색된 듯한 SACD소리와 다르게 에이프릴의 SA-10은 선명하고 생동감 있는 모습을 그대로 잡아줍니다. 이 정도라면 일반 CD로 못 돌아갈 것 같은 두려움도 생깁니다. 레드북 CD의 소리는 어떨까요? 놀랍습니다. 과거 스텔로 200SE와는 게임도 안되고 직접 보유한 것은 아니지만 많이 들어보았던 CD-10이 별로 부럽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아큐페이즈 DP-77보다 마음에 듭니다. 바로 제가 찾던 제품입니다. 일반 CD와 구별되는 SACD의 완전한 차별성과 뛰어난 레드북 CD의 성능을 동시에 지닌 제품… 아마 1천만원대 이하에서는 최고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수천만원 하는 외국산 레퍼런스 모델은 제 시야에 안 들어옵니다. ^^)
아쉬운 점은 글 중간에 지적한 에러 같은 것이 포함된 문제점 등 보강을 통한 양산을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쉽게 말해서 단종된 것이지요. 사정이 많을 것입니다. 모르긴 해도, 이 제품의 공구가를 살펴보니, 그냥 에이프릴에서 고객에게 헌납했다는 표현이 옳을 것 같습니다. SACD의 저변 확대가 되지 않는 것이 걸림돌일 수도 있겠습니다. 전 세계에서 에이프릴의 SA-10을 사용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한정 생산품이니까요) 이런 소스가 있는데, 왜 유저들이 조용히 있었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에이프릴 제품 중, 숨겨진 또 하나의 역작이 바로 SA-10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