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로딩과 손장난

탑로딩 방식의 CDP는 CD10이 처음이다. 사실 예전부터 탑로딩을 쓰고 싶었다. 왠지 고급스러워 보여서. CD10, 이제 한달정도 되었다. 소리..말을 아껴도 될것이다. 빵구난 통장이 전혀 신경쓰이지 않는다. 만듬새..다소 촌스럽지 않나 누군가에게 얘기 한적도 있는데, 자꾸 보니 괜찮다. 특히 두꺼운 알루미늄 샷시와 가공 정밀도는 참 만족스럽다. 몇몇 유럽제품들에서 보는 그런 예술적인 디자인은 아니지만. 언젠간 한국적 아름다움을 갖추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이 나올거로 믿는다.(정말이다) 난 원래 손으로 무언가를 만지는걸 좋아한다. 오톨도톨한 거면 더 좋다. 어릴때부터의 내 버릇이다. 내가 대학들어가서 담배를 배운건, 담배를 물고 인상 쓰고 있는게 폼나 보여서 였지만, 그걸 끊지 않고 15년 이상을 피운건 손의 허전함을 담배가 달래주기 때문이었다. 담배는 입으로 반, 손으로 반 피우는 거다. 나에게는. CD를 집어넣기 위해선 우선 뚜껑을 손으로 밀어서 열어야 한다. 그걸 밀때의 "스윽"하는 느낌이 좋다. 지금보다 조금 더 부드러우면 더 좋겠지만.. 이걸 버튼을 눌러 열게하는 제품도 있는거 같던데 그건 꽝이다. 왜 그런 즐거움을 빠앗으려 하는지, 원. 돈 써가면서. 메카니즘의 톡 튀어난 부분에 cd의 구멍을 맞춰 올려놓고, 중심에 잘 들어갔는지 확인하고나서, 클램프를 올려 놓는다. 이때 자석의 힘이 클램프를 든 내손을 쎄지도, 약하지도 않게 쓱 잡아당길때의 느낌, 그리고 "착"하면서 cd가 메카니즘에 안착될때 나는 소리와 느낌, 이 모든 걸 즐긴다. 그리고 나서는 다시 뚜껑을 닫는다. 열고 들어도 되지만.. 닫는 동작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다. lp를 플레이어에 올려놓고 카트리지를 내려놓는 동작.. 이거 비슷하지 않나 싶다. 문제는 그 동작을 끝내고 음악을 들을때다. 뭔 말인가 하면, 손이 허전하다는 거다.(담배를 끊은지 꽤 되었다) 주로 하는 건, 리모컨의 버튼을, 눌리지 않을 정도로 만지작 거린다든지, 씨디 케이스의 오톨도톨한 옆면을 살살 만진다든지 하는거다. 며칠전에 받은 ai10의 노브가 맘에 든다. 만지기에 좋다는 뜻이다. 그래서 생각한건데 리모컨 어디엔가 이렇게 손으로 만지고 놀만한 무언가를 만들면 어떻겠는가 하는거다. 오톨도톨하면서 뱅뱅 돌릴수 있는 거. 돌릴때마다, 매킨토시 눈 같은 은은한 파란 불빛이 켜지면 어떨까? ㅎㅎㅎ. 좀 한가해서 별 생각을 다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