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05.12.22 11:09

내 나이 열살즈음엔

조회 수 216 추천 수 0 댓글 7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아버님은 열심히 기타를 뜯으시면서 남인수의 "애수의 소야곡"을 그렇게도 구슬프게 부르셨다. 아니 장가가신 분이 그런 노래를 그렇게 구성지게 불러도 어머니한테 야단 안맞고 사셨다는 것이 다행스러운 그 시대였나 보다. 게다가 틈이 나면 아버님은 Mario Lanza의 판을 걸으셨다. 아리 베 데치 로마~~ 후렴에 나오는 귀여운 꼬마의 목소리가 낭낭하게 기억난다. 정동의 한복판이었던 우리집엔 자그만 연못도 있었고, 바로 붙은 담 너머는 미 대사관 파티장이었다. 요즘말로 그랜드 볼룸정도랄까? 왠 한국여자들이 그렇게 파티장에 많아야 했는지는 십년이 더 지나서야 이해가 되었다. 그 담밑으로 그 옛날 대부분의 집들이 그렇듯이 야외 분리형 Toilet가 있었다. 물론 나무로 덧대만든 엉성한 그런 것이었다. 아침이면 나래비줄을 서야 했음은 물론이다. 3남3녀의 우리집안에서 나는 위로 누이를 두명 두었었다. 큰 누이는 원래 그림을 잘 그려서 미대를 가려고 했다가 고등학교때부터 성악으로 전공을 바꾸었다. 말괄량이 성질에 고약한 미술선생하고 한판 크게 벌렸음은 물론이다. 성악으로 전공을 바꾼 것은 좋았는데..... 연습실이 따로 있을 수 없는 집안형편상, 가장 좋은 연습실은 물론 화장실이었다. 아니 그보다는 용적상 자신의 소리가 가장 잘 들리는 가옥구조를 지닌 방이 그방이었는 지도 모른다. 좌우간 화장실에선 내 노래가 잘 울린다. 처음에는 목을 따는 소리였다가 언제부터인가 부터는 점점 제대로 된 소리가 되고 나중엔 아! 잘 부른다는 생각이 들때가 많았다. 그리하여 나는 원치 않았건 원했건, 수 많은 가곡을 공짜로 들었다. 저 바람 흘러가는 곳....동심초, ...그리고 지금 이 아침에 듣는 비욜링의 Adelaide도 많이 들었다. 그만큼 누이는 열심히도 노래를 했던 것 같다. 후일 유학의 꿈도 접고 학교선생님으로 묵묵히 살아오셨던 큰 누이. 그리고, 혈혈단신 38선을 넘어 홀로 내려오신 아버님. 한분은 외로움을 달래려고 늘 기타를 뜯으셨을 것이고, 또 한 사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젊음과 음악에의 열정을 토해보려고 진정 토를 할때까지 그 골방에서 발성연습을 했나보다. 나도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그 나홀로 노래방을 애용하기 시작하였다. 물론 그 후에 새집으로 이사를 갔지만, 그래도 제발 좀 문 꼭 닫고 목따는 소리내라는 여동생의 간청을 늘 들으며 학창시절을 보냈다. 이제 내 나이도 오십을 넘겼다. 그런데도 아직 내 귀엔 두 사람의 기타와 목소리가 쟁쟁하다. 아버님의 기타선율이 그대로 기억된다. 누이의 목청의 끝떨림까지 그대로 남아있는 듯 하다. 음악은 정말 좋은 것이다. 난 아직도 화장실에서 노래한다. 물론 젊었을때 처럼의 자신감은 없다. 그래도 목욕탕효과는 조금 나기에 왠만한 노래방보다는 나을게다. 그리고 노래함에 부끄러움이 없다. 어려서 부터 그렇게 자라나와서 그런 모양이다. 아! 그 마당이 그립다. 내 여동생을 세발자전거에 태우고 뱅뱅돌던 그 자그마한 마당이 있는 그 집. 정동 1번지 11호. 어제는 큰 누이의 1주기 추도회가 있는 날이었다. 모두가 즐거웠다. 그녀가 남긴 음악에의 여운이 있었기에...... 누이는 우리를 매년 이렇게 즐겁게 만나게 해 줄 것이다.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알려드립니다 에이프릴뮤직 2019.06.08 1492
공지 홈페이지에서 욕설, 비방, 당사와 관련 없는 광고등의 글은 임의 삭제됨을 알려드립니다. Aprilmusic 2017.03.24 4374
» 내 나이 열살즈음엔 7 이광일 2005.12.22 216
1398 스텔로 프리앰프 P200을 구입해서 들어본 소감 3 채운빠 2005.12.21 128
1397 DA100 가지고 왔습니다.. 3 이지영 2005.12.21 19
1396 여수 와서 처음 보는 큰 눈입니다. 최승기 2005.12.21 37
1395 [공지] Ai10 최종 시청회 12월 23일 (삼성동 HEIS) 7 aprilmusic 2005.12.20 84
1394 DA100 기다려 지네요. 5 최승기 2005.12.19 12
1393 HP100 ... 좋네여.. ^_^;; 4 나옹이 2005.12.19 19
1392 [공지] 월요공구 공지는 내일 올려드리겠습니다. aprilmusic 2005.12.19 11
1391 현금영수증 2 홍영택 2005.12.19 30
1390 내 시스템은 아직도 그대로.... 10 aprilmusic 2005.12.19 75
1389 내년 4월의 에이프릴기념으로 Real Reference Super DAC을 기획중이라는.... 1 김민성 2005.12.18 18
1388 사장님,, 이 스피커가 궁금합니다..!! 7 궁금이 2005.12.18 34
1387 [답변]왜 답변이 없으신지? 3 강대범 2005.12.18 73
1386 HP100 사용소감 6 까꿍붕어 2005.12.17 20
1385 왜 답변이 없으신지? 5 흠흠 2005.12.17 15
1384 DA100 과 HP100 인터케이블 조언좀 부탁드려요 5 김준호 2005.12.16 16
1383 현금영수증 부탁합니다. 2 김영수 2005.12.16 19
1382 스프라그를 아시나요? 8 lxxi73 2005.12.15 78
1381 [공지] HP100 매뉴얼 먼저 올립니다. 1 aprilmusic 2005.12.15 15
1380 HP100 잠깐 소감... 최승기 2005.12.15 4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12 213 214 215 216 217 218 219 220 221 ... 286 Next
/ 286

(주)에이프릴뮤직
TEL: 02-578-9388
Email: info@aprilmusic.co.kr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