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 늦은 한가위 인사....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 (秋夕)만큼만 하여라~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한가위가 되면, 동네에 먹을 것이 좀 넘쳐나고, 한해동안 농사지은 것을 내다 팔아서

새로나온 신이나 고운 옷, 연필등 문구류등을 장만하여 나누어주고....

도시에서 내려온 식구들이 있는 집에서는 온 식구들이 마당 멍석에 둘러앉아 송편도 빚고 음식도 장만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로 밤을 지새우던 그런 날 들......

그런 시절이 진정한 한가위였지요?

물론, 전기가 없어도 크고 둥그런 달이 마당을 환하게 비추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제는 늦은 밤에 마당에 나가 달을 보니...아직도 엄청나게 환하더군요.

화단에 있는 작은 태양전지로 작동되는 등들이 켜지지 않는 것을 보고...적잖게 놀랐습니다.

어두워야만 켜지는 그런 싸구려 등이지만...달이 밝으니 아직 밤이 아닌 줄 아는 ...후후.

 

이젠 멍석도 없고, 정자나무도 거의 없고, 오가는 시간이 아깝고 힘들다고 서로 오지말라하고

인사는 카톡이나 메시지로 갈음하고, 세상은 정말 정신없이 빨리 바뀌고 있습니다.

어떨 땐, 얼리 어댑터니 하여 나오는 새로운 모든 것이 과연 무슨 소용이, 유익이 있는가를 생각해 보면....

요즘 삶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그래도 한가위는 정말 다릅니다.

날씨가 다르고, 한반도를 지나가는 훈기가 느껴집니다.

슬픔도 잠시 접어놓고, 따스한 국 한사발 뜰 수 있는 여유가 있습니다.

괴로움도 잠시 잊고, 미래에 대한 뜨거운 꿈을 꿀 수 있는 시간이 있습니다.

 

저는 아버님이 말 그대로 혈혈단신 이북 황해도 신천군 온천면에서 내려오신데다가 나중에 내려오신 사촌큰형인 큰 아버님댁이

일찌기 시카고로 전부 이민을 가는 통에....친가의 친척이 아무도 없습니다.

게다가 제가 6남매의 장남이라 저희 집에서 모입니다.

한참을 바글거리던 식구들이 모두 떠나서 인지 마당이 훨씬 고요하고....달빛이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요즘의 에이프릴 사정으로는 오늘도 쉴 수 있는 그런 사정은 안되지만...대체공휴일이라는 것에, 그리고 모두들 쉰다는 말에

쉬었습니다.

저는 회사에 나와서 밀린 숙제도 하고....제품 구상도 좀 다듬고...해외대리점과 Skype화상통화도 하고...나름

바쁜 시간을 보냈네요.

 

오라 노트를 정점으로 이제 그 Variation 제품을 뽑아내야 할 터인데...

워낙 시장이 요동을 치는 통에 과연 어느 쪽으로 튀어야 할 것인지를 차분하게 따져보고 있습니다.

결론은 물론 간단합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기존의 하이엔드 오디오를 접하는 시장보다...그냥 편하게 음악을 듣고 싶다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하이엔드 오디오에서는 NAS, HD Sound를 그저 지나가듯이 이야기하지만, 정작 오디오의 구입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이러한 단어들이 진입장벽입니다.

시장을 더 쇠퇴시키고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도 그렇고, 그동안 수도 없이 써온 제 글에서 밝힌바와도 같이....

저희는 하이엔드오디오는 더 하이엔드 오디오답게...

그리고 일반인들이 아주 편하게 High Quality Sound를 즐길 수 있는 그런 제품을 만들어서

이른바 Two Track 전법으로 운용해 나갈 예정입니다.

 

하이엔드 오디오에서의 기술은 물론 범용기에 그대로 이식되어 소리를 내게 만들 것입니다.

 

이것은 쉽지 않습니다.

돈도 많이 들고요.

 

그래서, 이래저래 고민도 많고 힘도 많이 듭니다.

 

그러나, 범용 오디오가 보다 많은 가정에 깔리는 순간, 에이프릴의 꿈은 이루어지기 시작할 것입니다.

메인 오디오는 물론, 매칭 스피커도 여러가지 모델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싸다고 나쁜 것은 절대 아니지요.

비싸다고 항상 좋은 것이 아닌 것과 같습니다.

싼편이면서 비싼 것 보다 못하지 아니하다....뭐 이런 것이 목표라면 목표입니다.

 

 

지난 주말, COEX에서 열렸던 쇼에서 보여드렸던 오라노트v2와 이름모를 스피커에 대하여....

이래저래 뒤에서 말씀과 의견들이 많았음을 전해들었습니다.

 

25평의 공간을 채우는데 그리 부족함이 많지는 않았고, 저 또한 그러한 의도된 시도를 통하여

충분한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오라노트는 여성분들이 선호하셨으며, 작동법도 손쉽게 익혀서 사용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PC-Fi는 아직 좀 어색해하지만, 이 또한 조금만 다듬으면 하나의 동작으로 사용이 가능할 것입니다.

스피커는 더욱 다듬어서 거실의 분위기를 살려내는 그런 모양새로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소리?

솔직히 제 개인적으로, 그 쇼에서의 홀을 울리던 소리면....그 어떤 하이엔드보다고 못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젠 양산을 통한 가격의 현실화,

디자인의 일신을 통한 스타일의 재연,

그리고 하루 종일 들어도 질리지 않는 자연스러운 음악으로의 회귀를 꾀하려 합니다.

 

 

아주 가까이 왔기에....

힘들지만...가슴은 더 세차게 뜁니다.

마치 결승점을 얼마 남기지 않은 마라톤 선수처럼...

 

늦은 한가위 인사,

 

늘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십육년을 하루같이 믿고 밀어주신, 에이프릴뮤직을 아껴주신 여러분,

얼마남지 않은 시간, 마지막까지 믿고 크게 밀어주십시요.

 

복 많이 받으실 것입니다.

그 복은 좋은 음악이 되어 우리의 자손들에게 오랫동안 이어질 것입니다.

 

2014년 한가위에 이광일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