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전화 한통을 받았다.
잘 아시는 분인데.....한 일년전에 앰프를 하나 소개해 드린 적이 있다.
그런데 이 분 말씀이, 그 일년동안 FM 93.1을 거의 못 듣고 지냈다는 것이다.
부엌의 자그마한 라디오는 잘 나오는데, 오디오에서는 잡음이 많이나서 못듣다가
무슨 해결방안이 없을까 하고 전화를 하셨다는 것이었다.
Magnum의 ST2를 달아드리고 93.9가 조금 지직거리는 것 빼고는 잘 나온다는 선에서
만족한 답을 주셨다.
아파트의 십몇층에 사신다.
요즘 아파트는 꽤 비싸다. 아니 아주 비싸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삶의 질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땅으로 부터 십수층을 올라오면서, 각 가정에서 쓰는 모든 기기들을 생각해 보라.
한 지번에 한 집이 산다면 핸드폰 합해봐야 두세개일 것이고, 전자레인지는 하나,
TV2대, 컴퓨터 2대...등?
그런데 이것이 x 20 또는 심할 땐 30배?
게다가 동간 간격도 아슬아슬하다. 그런 전파의 요동속에 산다고 생각하면 약간은 오싹하다.
이런 상황에서, FM이 제대로 들릴 리 없다.
비싼 오디오는 안나오고, 값싼 라디오는 왜 잘 나오냐고 물으시길래....
깟거 대~충 아래 위 자르고 스테레오 분리도 대~충하니까 잘 나오는 것으로
들리는 것이라고 이야기해 드렸다.
흠~ 답을 하고 나서 생각해 보니 답같지도 않은 답이 되어 버렸다.
허지만, 음악 들으시려면.....떠나세요. 라고 차마 말씀드릴 수는 없고.
매그넘 다이나랩에서는 MD109를 출시하였다. 9천불이다. 킁킁...900만원. 싸다!
암페렉스 뷰글보이를 4알쓰고 (어디서 구했는지는 모르지만), 좌우간 소리는 좋을 것
같다. 그러나, 아무리 9천불이면 뭐하고 몇만불이면 무엇하겠는가?
수신 감도가 (Reception) 좋아야 잘 들리는 법인데....
좀 무식한 이야기지만.
1979년에 청주에서 약 1년간 근무를 한적이 있었다. 3층짜리 관사 아파트에 살았는데
당연히 오디오를 보물처럼 가져다 놓고, 빈대떡돌리며 낚시도 다니면서 참 편한
일년을 보냈었다. 그런데....이사를 가자마자 닥치는 문화적 괴리감!
바로 그것은 FM을 들을 수 없다는 것.
KBS는 지방방송이 있었지만 MBC를 들을 수 없었다.
오기와 깡다구로만 살던 시절이라 그대로 물러설 순 없었다.
동네 철물점에 주문하여 3층에서 약 8미터 위로, 그야말로 국기게양대를 세우고
그 위에다 국내 최고의 동양안테나의 FM전용 안테나를 올린후, 철선으로 3점으로 당겨서
지지를 시켰다. 물론 피로침과의 거리를 잘 계산해서 나름대로 위치를 잡았다.
그야말로 안테나 설치 대공사였다.
동네사람들이 모두 나와서 구경을 했었다. (무슨 할 일이 저리도 없는가 하고.....혀를
찼을것이다).
드디어, 안테나의 방향을 서울을 향하게 하고....조금 떨리는 손으로 FM을 돌리는데
(그래도 안나오면 너무 억울하니까...).
빙고! 김기덕아저씨의 목소리가 깔끔하게 들리는 것 아닌가!
그때의 감격이란.
게다가 스테레오 분리잘되고, 노이즈도 거의 없이 깨끗이 들리는 것이었다. 믿거나 말거나.....
그 후로 나는 동양안테나를 존경하는 업체로 생각하며 살았다.
오랜 세월이 지나서 누가 FM안테나가 뭐가 좋으냐..몇십만원 운운하면 두말 안한다.
동양 안테나 FM 전용을 달으시라고.
그런데, 아파트 환경이 문제다. 요즘은 옥상에도 못달게 한단다.
그럼, 각 가정마다 FM port도 내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거 몇푼이나 한다고.
사실 눈에 안보인다고 말을 안해서 그렇지. 요즘 세상은 Noise세상이다.
늦은 밤에 홀로 듣는 오디오가 갑자기 소리가 좋아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왼통 우리가 사는 주위는 잡음과 혼신, 그리고 그중에서 좋은 음을 뽑아내려는
technology의 범벅이다.
FM tuner가 할 수 있는 것은 受信일 뿐이다.
없는 신호가 나오진 않는다. 약한 신호를 잡아내어, 요리조리 요리하여 귀에 그럴싸하게
들리도록 만드는 것은 바로 가는 길이 아니다.
차라리, 그냥 라디오듣는 것이 낫다.
물론 최선을 다하여 만들면 엉성하게 쉴딩한 FM모듈 달랑 달린 것 보단 나을게다.
물론 자금이 있으면, 좋은 Tuner를 사면 된다.
그러나, 그 보다는 좋은 안테나를 죽을 힘을 다해 설치하기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 나는 25년전의 그런 짓(?)은 다시는 못한다.
그러나 가끔 나는 그때의 그러한 행동이 그립다. 그런 동기부여가 아쉽다.
세상은 지금 혼신중이다.
당신의 안테나는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